[이 글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보인 KOMCA TODAY 2019년 10,11,12월호에 게재한 글입니다]
온라인에서 내 저작권을 침해하는 음악이나 동영상들을 발견하였을 때 그 음악이나 동영상이 게시된 사이트의 운영자에게 저작권자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작권법 제103조에 개략적인 절차가 규정되어 있지만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대응할 때 고려할 점이 있다.
X는,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그 안에서 ‘카페’ 서비스와 동영상을 이용하는 ‘티비팟’ 서비스를 제공하는 Y에게, X에게 저작권이 있는 동영상이 Y 사이트의 티비팟에 업로드되어 X의 동영상 저작권이 침해되고 있으니 조치하여 달라면서 동영상이 업로드된 카페의 대표주소 17개를 기재하고, Y 사이트 검색창과 티비팟 검색창에서 동영상을 검색하였을 때 문제의 동영상이 검색된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첨부하였다.
이에 Y는 X에게, X가 첨부한 사진을 근거로 특정 가능한 동영상은 삭제하고 그 동영상을 업로드한 회원에 대하여 경고 조치하였으나, X가 제시한 카페의 대표주소만으로는 X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의 특정이 불가능하므로 동영상의 URL 등 동영상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여 달라고 답변하였다.
X는 다시 Y에게 조치를 촉구하면서 동영상이 업로드된 카페의 대표주소 100여 개를 기재하고, Y 사이트 검색창과 티비팟 검색창에서 ‘○○○’ 등의 검색어로 동영상을 검색하였을 때의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첨부하였다. 이에 Y는 X에게 X가 첨부한 사진과 카페의 대표주소만으로는 X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의 특정이 불가능하므로 동영상의 URL 주소, 카페 명, 게시판 명, 글 번호, 글 제목 등 게시물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여 달라고 답변하였다.
X는 또다시 Y에게 조치를 촉구하면서 Y의 카페와 티비팟에서 문제의 동영상 게시물을 찾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이에 Y는 저작권법 시행규칙의 ‘복제·전송 중단 요청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정확한 URL을 특정하여 신고하여야 처리를 할 수 있다고 답변하였고, X는 ‘복제·전송 중단 요청서’를 Y에게 보냈다.
그 후 X는 Y가 회원들의 저작권침해에 관하여 부작위에 의한 방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제2심 법원은 Y의 방조책임이 있다고 보고 손해배상까지 명하였으나, 대법원은 Y의 방조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제2심 판결을 취소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OSP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이 게시되었다고 하더라도, OSP가 저작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와 차단 요구를 받지 않아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였거나 기술적·경제적으로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게시물의 성격 등에 비추어 삭제의무 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OSP에게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대법원이 제시한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X가 동영상이 게시된 URL이나 게시물의 제목 등을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았다. ② X가 제시한 검색어를 검색창에 입력하면 나타나는 수많은 동영상 중에서 어떤 것이 저작권 침해 게시물인지 검색 결과만으로는 특정하기 어렵다. ③ X가 대표주소를 기재한 카페 내에 게시되어 있는 수많은 게시물 중 어떤 것이 저작권 침해 게시물인지 특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 ④ 검색 결과 나타난 동영상이 저작권 침해 게시물인지 가리려면 동영상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재생하여 확인해야 하는데,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규모, 권리침해 신고 건수, 업로드되는 동영상의 수, 동영상의 재생시간 등에 비추어 볼 때 X가 첨부한 자료만으로 Y가 저작권 침해 게시물을 찾아내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도한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⑤ 동영상 원본 파일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이용하여 저작물을 인식·차단하는 기술인 특징 기반 필터링 기술을 적용하려면 해당 동영상의 원본 파일이 있어야 하는데, X는 동영상의 원본 파일을 Y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이 사건의 제2심은, X가 구체적·개별적으로 게시물 삭제 및 차단 요구를 하였는지에 관하여, 늦어도 X가 문제의 동영상 게시물을 찾는 방법을 상세히 기재하고 복제·전송 중단 요청서를 보냈을 때는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 삭제 및 차단 요구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며, 이후에는 Y는 문제의 동영상을 삭제하고 다시 그러한 동영상이 업로드되거나 검색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다음의 점을 근거로 들었다.
ⓐ 저작권자의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 삭제 및 차단 요구가 반드시 침해게시물이 URL로 특정된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 ⓑ 동영상의 URL 주소가 Y의 삭제 차단 조치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 X가 Y에게 검색어를 통한 검색 등 문제의 동영상을 찾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었고 이에 따르면 문제의 동영상을 쉽게 검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문제의 동영상은 검색 결과 중 섬네일(thumbnail)만으로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고, 섬네일로 식별할 수 없는 것은 해당 동영상을 잠깐 재생하여 보면 쉽게 식별할 수 있다. ⓔ 게시물의 URL을 특정하려면 권리자는 약 3,000개의 게시물을 일일이 띄운 다음 그 URL을 하나하나 복사하여 붙여넣는 방법으로 URL을 특정하여야 하고, Y는 권리자로부터 URL 목록을 받아 약 3,000개의 URL을 일일이 인터넷 주소창에 타자하는 방식으로 게시물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X가 설명한 검색 방법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위에서 본 제2심과 대법원의 판결은 침해 게시물을 찾는 노력과 수고를 권리자와 OSP 중 누구에게 더 부담시킬지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였고, 대법원은 그 노력과 수고를 권리자에게 부담시켰다. 그러나 권리자가 보기에는 대법원의 입장이 항상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제2심 판결이 제시한 근거도 여전히 숙고해야 할 점들이다. 제2심 판결이 지적하였듯이, 동영상에 관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된 엠군미디어 사건과 판도라티비 사건에서는 침해게시물의 URL을 제공하지 않았어도 OSP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도 하였다.
OSP에 대한 게시물의 삭제와 차단 요구에서 어느 정도 구체적․개별적인 수준을 요구할지는 저작권의 성질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결론이 아니라 정책적 선택의 문제이다. 어느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어느 한 쪽에 그에 따른 희생이 있게 되므로, 양쪽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적절한 수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권리자에게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 삭제 차단 요구를 하도록 한다면 권리자의 권리를 보호받는데 위축될 수밖에 없다. OSP의 규모가 커지고 그 안에서 다량의 다양한 저작물이 게시되는 경우에는 OSP에게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주의의무의 수준도 달라지겠지만, 반대로 권리자가 구체적․개별적인 특정을 하는 것도 훨씬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이는 권리자 보호가 더 취약해짐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위 사건의 대법원의 입장은 아쉬운 점이 있으므로, 일반적인 기준으로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한편 YouTube는 2019. 7. 9. 동영상내의 저작권 침해 신고 및 확인 방식을 개편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전까지는 저작권자들이 YouTube에 저작권 침해 신고를 할 때 해당 콘텐츠의 정확한 저작권 침해 부분이나 위치를 지목할 필요가 없었으나, 이제는 저작권자가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신고할 때 문제된 콘텐츠에서 저작권 침해 요소가 정확히 어느 부분에 위치하는지를 컴퓨터에 기록된 시간을 의미하는 타임 스탬프(time stamps)에 명확하게 표시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정책변경으로, YouTube는 저작권자들의 저작권 침해 신고의 정당성 여부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저작권 침해 콘텐츠의 검색 및 확인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었으며, 콘텐츠 크리에이터들도 저작권자의 저작권 침해 신고가 정당한지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해당 영상을 편집하거나 삭제하는 방식으로 저작권 침해로 인한 YouTube의 제재에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되었다.
그런데 YouTube의 위 정책변경은 권리자와 OSP 외에 동영상을 게시하는 크리에이터의 입장까지 고려한 것이라는 점에서, 저작권법의 관점에서 타당한지 여부는 위 대법원 판결과 또 다른 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이응세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저작권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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